뭇생각

나의 공부법 - 망각(forgetting, 忘却)

NUL 2007. 6. 4. 11:57
나는 수학과 관련된 과목을 좋아 했는데, 수학 자체가 좋다가 보다는 이게 나에게는 일종의 퍼즐 풀기 같은 심심풀이 대상이어서이다. (프로그래밍을 공부했던 것도 비슷한 이유이다)
그러다 보니 나의 수학 공부는 입시 예상 문제를 풀어 고득점을 맞는데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푸는데에 목적이 있었다.
따라서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문제 푸는 방법을 익히는 것은 게임에서 반칙을 하는 것과 같았고 정정당당하게 게임에 임하기 위해 늘 수업을 일체 듣지 않고 교과서의 설명을 본 후 바로 문제를 풀었었다. 보통 숙제를 내줄 문제들을 수업 시간에 미리 풀곤 했는데, 성취감도 있고 꽤 재미가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수업 시간내에서만 이런 놀이가 이루어 졌다. 수업 시간중에 놀 수는 없으니 이런 퍼즐놀이를 한 것이다 -_-;

그런데 고교에 진학하고 나서는 이게 힘들어 졌다. 당시 모 수학 선생님에게 3년을 내리 가르침을 받았는데 이분의 실력이 상당하신데다 그 열정 또한 대단하여 나처럼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에게는 엄벌이 가해졌다. 아무튼 듣기 싫어도 듣는척하면서 버티긴 하는데 워낙 목소리가 크셔서 듣지 않으려고 해도 머리에 남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정말 이 선생님의 수업시간은 무슨 김일성 어버이 수령님 찬양하는 북한 어린이들 처럼 학생들의 대답 소리도 우렁차고 한결 같았다. 거역할수 없는 카리스마 .... ;) 이런 상태로 문제를 풀면 너무나도 재미가 없는 것이었다. 이건 뭐 생각할 필요도 없이 가르쳐준데로만 하면 풀리니, 이게 모야......;

결국 생각해낸게, 배운걸 잊어 먹자!
망각의 강?


집중도가 낮아 별로 배우진 못하지만, 훌륭하신 선생님의 열정적 강의로 자연스레 머리에 들어간 부분을 잊어 버리는데 많은 노력(?)을 했고 자주하다보니 순식간에 잊어버리는 능력도 갖추게 되었다. 눈을 감고 딴 생각을 하며 집중하다 보면 잠이 드는데 다시 깨어나면 깔끔하게 잊혀진다 -_-; 듣자 마자 시도할 경우에는 잠이 들지 않고도 잊어먹을 수 있었다!
이 상태에서 문제를 푸니 다시 퍼즐을 푸는 듯한 재미가 생겼다.
물론 부작용도 많았다. 전체적으로 체벌이 거의 없던 학교였지만 나는 이 수학 선생님에게 유독 많이 맞았다 -_-; 수업 안 듣고 자빠져 자니까 이뻐 보일리 없을 것이었다... (자는거 아닌데 잊어먹을려고 그런거에요 자는거 아니에요... 라고 할수는 없었다 -_-;)
이런식으로 그때그때 문제를 파악하고 실마리를 찾아 풀다보니 문제를 푸는데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긴 하였다. 내신 시험에서는 50분당 33문제가 출제 되었는데... 무슨 재주로 이 많은 문제를 풀 수 있겠는가.... 문제를 외운 학생은 100점이었지만...... 모든 문제를 증명하고 풀어 낼수는 있었지만 시간이 부족했던 나는 60 점을 간신히 넘겼을 뿐이다 -_-; 애초에 성실성의 측정이라고 보기 때문에 그 결과에 대해서 불만은 없긴 하였지만, 스스로를 주입식 교육의 희생자라 자위하며 성적에 대해서는 잊고 살았었다 자기편한데로 가져다 붙인 셈이다. 후후 -_-;

이런 학습법은 대학 3년 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그 때부터는 혼자서 대강 공부해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준의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열정이 있어 장시간 책을 파고 든다면 모를까. 퍼즐 풀이의 재미라는 동기는 고 난이도의 공학 이론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하찮은 목적의식이었다. 너무 어려운 퍼즐은 때려 치우기 마련이지 그걸 풀려고 시간을 더 투자 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_-;

이런 장시간 훈련(?)의 성과로 나는 건망증이 매우 심하다. 금방 잘 잊어 먹는다.
집사람은 인간으로써 너무 심한거 아니냐고 할때도 더러 있다. 그래도 아직은 살만하다 -_-;